
이 게임을 만들면서 가장 오래 고민한 주제가 사실 코드가 아니라 저작권이었습니다. 원본 짤은 페페(개구리)인데, 이걸 그대로 쓸 수가 없었거든요. 이 이야기는 밈을 소재로 뭔가 만들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따로 정리합니다.
페페는 주인이 있고, 그 주인이 단속한다
먼저 팩트부터. 페페 더 프로그(Pepe the Frog)는 명확한 저작권자가 있습니다. 원작자는 맷 퓨리(Matt Furie)라는 만화가고, 이 사람은 자기 캐릭터가 무단으로 상업적으로 쓰이는 걸 실제로 적극적으로 막아온 사람입니다. 경고장을 보내고, 플랫폼에 삭제 요청을 넣고, 소송까지 갑니다.
즉 페페는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공짜 밈"이 아니라 주인이 있고, 그 주인이 권리를 행사하는 캐릭터입니다. 개인이 SNS에 짤로 공유하는 정도야 현실적으로 문제가 안 되지만, 게임 같은 걸 만들어서 서비스로 배포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상업적 이용으로 분류될 수 있고, 이건 딱 원작자가 신경 쓰는 영역이거든요.
"AI로 페페 비슷하게 그리면 괜찮지 않나?"
여기서 많은 분들이 하는 오해가 있습니다. "AI한테 페페 비슷하게 그려달라고 해서 쓰면, 원본을 복제한 게 아니니까 괜찮지 않나?"
아닙니다. AI로 생성한다고 저작권이 세탁되지 않습니다.
저작권 침해 판단의 기준은 "어떻게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결과물이 그 캐릭터로 알아볼 수 있느냐"**입니다. AI가 그렸든 사람이 손으로 그렸든, 나온 그림이 딱 봐도 페페라면 그건 보호받는 캐릭터의 복제물이에요. AI 생성이라는 과정이 새로운 권리를 만들어주지도, 원작자의 권리를 없애주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최대한 비슷하게"라는 목표 자체가 함정입니다. 비슷할수록 안전해지는 게 아니라 비슷할수록 위험해집니다. 알아볼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인데, 알아볼 수 있으면 침해니까요.
그럼 와작은 왜 되나
와작(Wojak)은 상황이 다릅니다. "필스 가이(Feels Guy)"라고도 불리는 그 슬픈 대머리 남자 그림이요.
- 명확한 소유자가 없습니다. 익명 이미지보드에서 나와서 원작자를 특정할 수가 없어요.
- 실질적으로 아무도 권리를 행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커뮤니티가 사실상 퍼블릭 도메인처럼 씁니다. 주식 커뮤니티에서 우는 와작, 정장 입은 트레이더 와작이 그렇게 많이 쓰이는 것도 이 때문이고요.
다만 정직하게 말하면, 와작도 "이론적으로 100% 무결"은 아닙니다. "원본을 그린 익명의 누군가에게 저작권이 남아 있다"는 인식은 존재하거든요. 하지만 때려잡을 주인이 없다는 점에서 페페와는 리스크 등급이 완전히 다릅니다.
가장 안전한 건 "스타일만 빌리는 것"
제가 최종적으로 택한 방식은 한 단계 더 안전한 쪽입니다. 기존 와작 이미지를 주워다 쓴 게 아니라, 제미나이로 "와작 스타일"의 캐릭터를 새로 생성했어요.
여기엔 두 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 그림체(스타일)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이런 화풍으로 그려줘"는 침해가 아니에요.
- 내가 직접 생성한 독자 이미지라, "익명 원작자의 원본 그림" 문제도 자연스럽게 비껴갑니다.
정리하면 안전도 순서는 이렇습니다.
- 페페 → 위험 (주인이 단속함)
- 기존 와작 이미지 그대로 쓰기 → 낮은 회색지대
- 와작 스타일로 새로 생성 → 가장 안전 ← 내가 택한 것
페페 맛을 포기한 건 아쉽지만
솔직히 페페의 그 멍청하고 처량한 표정을 포기하는 건 아쉬웠습니다. 밈의 맛 절반이 그 얼굴이니까요. 잠깐 "페페로 갔다가 문제 생기면 나중에 바꾸면 되지 않나" 하는 유혹도 있었고요.
그런데 따져보니 그게 손해였습니다. 저작권 문제는 보통 교체할 시간을 주면서 오지 않아요. 경고가 오면 이미 게시된 뒤고, 결국 교체 작업은 똑같이 해야 합니다. "나중에"는 작업을 아끼는 게 아니라 리스크 노출 기간만 늘리는 선택이더군요.
그리고 알고 보니 와작이 오히려 그 처량·자조 정서의 원조에 가깝습니다. "고통받는 everyman"이라는 밈의 원형이거든요. 페페만큼은 아니어도, 이 게임 감성엔 충분히 잘 맞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마지막 편은 이 게임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애먹었던 차트 모델 이야기입니다. "대부분 지고 가끔 크게 이긴다"는 감성을 숫자로 구현하려다 겪은 삽질과, 결국 어떻게 재설계했는지를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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